아파트 단지와 도로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낙엽을 밟으며 출근길을 서둘렀다. 파란 하늘아래 펼쳐진 가을 풍경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내 눈앞에 보여주고 있어 좋았다.
벌써 나뭇잎이 다 떨어져 가지만 앙상한 단풍나무도 있고 아직 풍성한 이파리를 자랑하는 상록수 나무도 있지만 대부분 나무은 여전히 낙엽을 떨어트리고 있어 한동안 낙엽이 도로를 뒤덮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가을의 한 복판에 서 있다. 하늘은 푸르고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다. 온도가 산책하기에 딱 좋은 날이다.
낙엽은 아파트 단지와 가로수 길을 어수선하게 만들어 놓았다. 거리에 떨어진 빛바랜 낙엽은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해 주지만 환경 미화원에게 일거리에 불과하다.
바람이 불자 낙엽이 한쪽 방향으로 우르르 쏠려가기도 하고 땅 위로 솟구쳤다가 얼마 가지 못하고 이내 바닥에 내려앉는다. 낙엽은 마치 제멋대로 춤을 추는 어린아이처럼 사방팔방으로 이리저리 방향 감각 없이 돌아다닌다.
어떤 낙엽은 차도로 무단 침범하여 차에 밟히고 차에 치어 인도나 다른 곳으로 바로 추방당하는 대접을 받는다. 그럼에도 낙엽은 마치 마음씨 넉넉한 이웃 아저씨처럼 아랑곳하지 않고 떠밀리는 대로 튕겨 나가는 대로 그렇게 바람에 따라 나붓 끼고 뒹굴고 있다.
또 다른 낙엽은 하수구 틈에 끼여 옴짝달싹 못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오직 바람이 불기를 고대할 뿐이다.
친구들은 바닥에 떨어져 뒹굴며 재미나세 노는데 나무에 아직 붙어 있는 나무 잎은 어떤 생각으로 끝까지 버티고 있을까. 떨어지면 곧 죽음이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목숨을 연명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낙엽들이 노는 모습을 즐기고 있는 것일까. 언젠가 자신도 땅바닥에 떨어진 건조한 낙엽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 것일까. 모든 생물은 영원하지 않다.
어느 순간, 바람이 세차게 불자 마치 벚꽃이 흩날리듯 나무에서 낙엽이 한 번에 우수수 떨어진다. 자연 순리는 막을 수 없다. 세월에 따라 갓 난 아이가 자라 학교 들어가고 졸업하여 직장 잡고 결혼하고 청년이 장년이 되고 장년은 늙어 결국 죽듯이
낙엽의 과거를 되돌아보면 빠르면 2월 늦으면 춘삼월에 나뭇가지에 연두색 순이 생겨나서 봄의 기운을 받아 나뭇잎의 모습을 보이다가 여름의 강렬한 햇빛과 수분을 흠뻑 빨아들여 최대한 나뭇잎을 부풀려 초록을 자랑하지만 가을이 다가올수록 초록은 빨주노, 회색으로 변하여 결국 나무와 이별한다.
자연의 모든 생명은 태어나서 죽는다는 사실을 매년 낙엽이 말해주고 있지만 우리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일상을 살아간다. 아, 낙엽이 떨어지는구나 이 정도의 생각만 하고 낙엽을 보고 그냥 그렇게 지나친다.
초등학교 때부터 힘들게 성적 경쟁하고 직장 사회에서도 학교 못지않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며 이렇게 생활에 얽매여 살면서 하고 싶은 것 못하고 남의 눈치 보고 남보다 잘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면 살다가... 그러다가 어느 순간 죽음을 눈앞에 두고, 뭣 때문에 살았나! 종국엔 바싹 마른 낙엽처럼 우리 육신도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 그러니 낙엽 따라 가버린 인생이 되기 전에 이 순간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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