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몇 시나 되었을까 궁리하며 침대에서 시간을 좀 보내다가 일어났다. 아직 어둡다. 감각적으로 캄캄한 거실 소파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들어 5시가 넘어가는 시간을 확인하고 거실과 부엌 등을 켜고 식탁으로 갔다.
식탁에는 안경 2개, 먹다만 과자 봉지, 다 마신 음료수병, 읽다만 책, 두루마리 화장지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아들이 밤늦게 라면을 끓여 먹고 남겨둔 김치그릇, 라면 봉지. 나무젓가락, 물티슈 등이 비좁은 식탁에 꼭 차 있다. 그래도 아들이 밉지 않다. 그 이유는 아들이 언제부터인가 내 전용 책상인 이 식탁에서 아이패드, 맥북을 켜 놓고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탁에서 책 읽는 내 모습을 보고 아들이 따라 한 것이라 생각한다.(그렇게 믿고 싶다.). 역시 공부하라고 잔소리할 필요 없다. 부모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자녀도 따라 하기 마련이다.
공부만 따라 하는 게 아니다. 술 담배도 따라 하고 운동도 따라 하며 TV도 따라본다. 하다못해 말투도 닮아가지요. 그러니 부모들이여, 자녀 잘 되기를 바란다면 비싼 학원 과외 등 엉뚱한데 돈, 시간 그리고 아까운 에너지 쓰지 마시고 자녀에게 모범을 보여라.
우리 가족은 잠자는 시간은 각기 다르다.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지만 아들은 올빼미처럼 새벽 2이나 3시에 잠자기 시작해 다음 날 11시쯤 일어난다. 아내는 보통 직장인처럼 12시경 자기 시작해 6시에 일어난다. 잠자는 습관을 따져 보면 아들은 불량학생, 나는 모범생이며 아내는 그저 그런 학생으로 분류해 볼 수 있겠다.
휴일에 아내의 기상 시간은 알 수 없다. 마치 어디로 뛸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아내가 언제 일어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특별한 일이 있을 때는 평일과 같이 일찍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늦잠을 잔다. 휴일 아내의 기상시간은 상황, 몸컨디션, 기분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 하지만 나는 휴일에도 평일처럼 5시쯤 일어나 10시가 넘어갈 때쯤 잔다. 휴일에도 제시간에 자는 모범생이다.
대부분 직장인은 주중에 부족한 잠을 보상이라도 받듯이 휴일에 늦게 일어난다. 그러지 말고 평일처럼 일찍 일어나 주중에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일들을 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운동이든 취미든 나머지 공부든 독서든 산책이든 뭐든 자신을 위해 써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잠을 충분히 자는 게 건강에 좋다고 전문가들이 말한다. 하지만 너무 오래 자는 것도 결코 건강에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루 잠 권장시간은 성인기준 7시간 정도이다. 그 이상은 영양가 없는 잠일 수도 있다. 더 자면 게으름 사람으로(자녀에게 배우자에게) 보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물론 특수한 상황일 경우는 예외가 있다. 가량 아프다 던가 전날에 여러 이유로 잠을 못 자는 경우에는 푹 자야 하겠지요
우리 집에 작은 북극곰이 한 마리 산다. 어떨 때 그 곰은 오후 4시부터 자기 시작해 다음날 점심시간에야 일어난다. 잠을 몰아서 즐겨 자는 곰이다. 대단한 곰이지요.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못한다. 그 곰은 어떨 땐 하루에 3시간 밖에 안 잔다. 그 곰은 바로 아내다. 나는 아내처럼 잠을 못 잔다. 만약 아내 따라 잤다간 건강에 빨간 신호가 바로 들어올 것을 뻔히 알기 때문에 그렇게 못한다.
잠자는 스타일은 사람마다 다르다. 아침형 인간, 참새형 인간, 저녁형 인간, 올빼미형 인간 등 잠의 개성을 존중하고 인정해 줘야 한다. 각자 타고난 채질에 맞게 잠을 자면 된다. 꼭 하루에 7시간 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토요일 오전은 장 보려 가는 날이다. 우리 집은 암묵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렸다. 오늘도 오전에 마트, 농산물 시장, 세탁소, 서점에 가야 하는데 북극곰이 지금 자고 있다. 아내가 최소한 9시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그때까지 일어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다. 늦게 일어나면 오늘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내를 깨우자면 신경을 부릴 것 같고 그냥 두면 계속 자서 오전 일정은 진행되지 않을 것이 뻔하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다. 잠자는 곰을 깨우느냐 마느냐 그것이 오늘의 중차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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