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나만의 휴식 공간

믿음 소망 사랑

by kddhis 2024. 3. 24. 07:42

본문

728x90
반응형

대추나무 가지가 제멋대로 하늘을 항해 뻗어 있었다. 봄이 되어 대추나무 전지작업을 하기 위해 밭에 왔는데 자유자재로 자란 대추나무를 보면서 어떤 가지는 살리고 어떤 가지는 잘라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일단 큰 가지에 한 가지만 남기고 모두 베어 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야 남은 한 가지에게로 영양분이 공급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농사일에 전문지식과 경험이 없으니 내 방식대로 전지작업을 하기로 했다.

 

 

 

 

싹둑싹둑 잘라 낸 대추나무는 마치 입대 전에 머리를 깎은 신병의 머리 스타일처럼 군더덕이 하나 없이 시원하게 보였다. 전지작업이 마음에 들었다.

 

 

1시간 넘게 작업을 하니 배가 고팠다. 한동안 하지 않은 농사일이라서 그런지 힘이 들었다. 아내가 가져온 바나나를 먹으며 대추밭을 바라보았다.  

 

 

8년 전에 심은 30센티 크기의 대추나무가 제법 잘 자랐다. 지금은 내 키보다 크다.  2.5미터 이상 큰 대추나무가 대부분이다. 물론 키가 작은 나무도 몇 그루 있다.

 

 

120그루 심었는데 정상적으로 자란 나무는 100그루 정도 된다. 일일이 세어보지 않았지만 9개의 두둑에 일렬로 심은 나무 수를 어림짐작으로 세어 본 나무 숫자다.

 

 

사람만 나이를 먹은 게 아니다. 대추나무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눈이 띄지 않았던 아기나무가 성인보다 큰 어른 나무가 되었다.

 

 

처음 몇 년 동안 대추나무 관리에 애를 먹었다. 대추나무가 잡초보다 키가 작아서 나무 주변의 잡풀을 일일이 낫이나 호미로 제거해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추나무가 커서 그럴 필요가 없다. 예초기로 잡초를 제거해 주면 된다. 올해도 2번이나 3번 예초기로 풀을 깎아줄 참이다.

 

 

2016년 12월 어느 날 우리는 이 대추밭을 샀다. 그다음 해 2월에 이도시로 이사를 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 8년째 대추나무 농사를 짓고 있다.

 

 

매년 대추나무 밭에 온다. 가기치기, 거름 주기, 예초작업, 농약살포, 수확 등 1년에 여러 단계의 대추 농사일을 하고 있다. 

 

 

그중 제일 힘든 작업은 잡초 제거다. 이른 여름부터 시작하여 가을까지 풀과의 전쟁을 치려야 한다. 특히 비가 온 후 잡초가 무성해진다. 며칠 사이에 잡초가 온 대추밭을 덮어버린다. 이걸 방치했다간 대추나무는 잡초에 포위되어 잘 자랄 수가 없다.

 

 

올해도 대추나무 밭을 잘 관리하려면 잡초를 제때에 제거해 줘야 한다. 잡초를 없애주는 농약도 살포할 예정이다. 한 번은 농약을 세게 해서 대추나무 몇 그루가 말라죽었다. 대추나무 가까이에 농약을 살포하면 안 된다는 걸 배웠다.

 

 

대추밭 관리에 시간이 넉넉하지 않고 농사에 전문지식도 부족하고 특히 게으른 탓에 대추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했다. 그렇다고 시간을 내어 대추 재배 공부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까지 그럭저럭 대추밭을 관리하고 있다. 

 

 

재미 삼아 시작했는데 막상 농사일을 해보니 너무 힘이 들었다. 농사일을 얕잡아 본 것이다. 그렇지만 좋은 점도 있다. 산 아래 아무도 없는 한적한 밭에 와서 1시간이나 2시간 동안 단순한 농사일을 하면 마음이 편하다.

 

 

이 대추밭은 내가 처음 산 땅이다. 그래서 애착이 가고 여기에 오면 마음이 편하고 좋다. 그래서 울적할 때 대추밭에 와서 마음을 달래곤 한다.

 

 

도시에 살다 보면 가끔 번잡한 도시와 다른 자연풍경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도시인들은 산과 바다로 여행을 떠난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는 번거롭게 시간 드리고 돈을 써가면 먼 곳으로 여행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도 집을 떠나 어디론가 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이곳 대추밭에 와서 짧은 휴식을 취한다. 이 대추밭은 나만의 휴식공간인 셈이다.

 

 

반응형

'믿음 소망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신을 믿자.  (0) 2024.03.28
“삼식이”의 소망  (1) 2024.03.26
아내가 한순간에 날려 버린 봄 기운  (1) 2024.03.22
계절은 바뀌고 시간은 흘려간다  (0) 2024.03.20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  (0) 2024.03.1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