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은 22살에 장남인 아버님과 결혼하셨다. 시부모님과 시동생 5명이 함께 사는 집안의 맏며느리가 된 것이다. 손가락으로 세어보니 63년 전 일이다.
세월 흘러 2024년 지금 어머님은 팔순이 넘으셨다. 어머님은 치매가 있으셔서 기억이 뒤죽박죽이지만 과거 일들을 또렷이 기억해 가끔 지난 일을 이야기해 주신다.
오늘은 어머님이 치과 정기진료를 받는 날이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어머님은 시집와서 조상님께 올리는 제사상, 시부모님이나 시동생 등 가족 생일상, 설과 추석 차례상, 대보름 등 각종 가족행사로 거의 매달 떡을 만들었다고 한다.
낮에 농사일로 파김치가 된 몸으로 저녁에 쌀가루를 만들기 위해 나무절구에 쌀을 넣고 찧으셨다네요. 지금이야 방앗간에서 쌀을 찧고 떡을 만드는 기계가 있지만 1960년 당시에는 수작업으로 쌀가루를 만들고 그 쌀가루를 가마솥에 올려놓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시루떡을 만들었다.
나중에 방아 찧는 나무절구 대신 돌로 된 절구가 나와 조금 방아 찧는 일이 수월해졌다지만 여전히 육체노동으로 떡을 했으니 얼마나 고됐을까.
요금 사람들은 일 년에 한 번 있는 추석이나 설명절에 온 가족이 모여 음식해 먹는 그 자체를 싫어해서 명절 증후군을 앓고 부부 싸움을 하고 심하면 관계가 악화되어 이혼까지 한다고 하니 어머님이 살던 세대와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조금만 힘이 들어도 견디지 못하고 남과 비교해 차별을 받는다면 못 참고 조금이라도 손해를 본다 싶으며 즉시 죽자 살자 강하게 반발한다. 한창 시끄러운 의료 사태가 좋은 예다.
그런 사회적 폐단을 해결하고 서로를 신뢰하고 상호존중하기 위해 배려, 소통, 존중 등을 주야장천(晝夜長川) 외치지만 한 낮 구호 불과하지 않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로남불이 판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불상한 중생이 아니길 바란다.
신뢰가 무너진 사회는 과연 얼마나 밝은 미래가 있을까. 환자가 죽든 살든 아픈 사람이 고통을 받든 말든 내 의견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런 거 다 무시하고 떠나 버리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의사들은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 부모세대는 1950년 1960년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셨지만 그들의 인내심 대단했다. 내 가족 내 이웃의 생존을 위해 내사회 내 나라의 발전을 위해 그들은 인내했다.
앞선 세대가 뿌려 놓은 밑거름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로운 사회다. 우리 부모세대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인내의 미덕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숭고한 헌신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미래의 세대를 위해 우리가 맡든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자기 아집에 빠져 자기들의 이익에만 매물 되어 한 나라 한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면 우리는 미래 세대에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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