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24년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이다. 아침 일찍 집 근처 초등학교 교실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집에서 차로 15분 걸리는 지난해 옥수수와 땅콩 등을 심었던 밭에 왔다.
지난가을 농사를 끝내고 방치해 놓은 말라 비뚤어진 옥수숫대, 농사용 검정비닐과 부직포가 보기 흉하게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게으른 농부의 옥수수 밭임을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밭은 형편없었다.
밭 가장자리에 막 자라난 잡초들이 밭주인의 허락도 없이 밭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우선 검정비닐과 부직포를 걷어내고 낫으로 제멋대로 자란 풀을 잘라내고 호미와 삽으로 풀의 뿌리를 파냈다.
1시 30분가량 밭 정리를 하고 나니 힘이 빠지고 배가 고팠다. 허리를 펴고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과 강물을 보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아내는 어디에서 점심을 먹을지 인터넷에서 식당을 찾고 있었다.
아내는 식당 예약관리 서비스 앱(캐치 페이블)으로 맛집으로 소문난 순대 집에 점심 예약한 다음 우리는 밭을 떠나 차 창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악세레이터를 힘껏 밟아 식당으로 떠났다.
사람들이 선거일을 맞아 외식하려 밖으로 쏟아져 나았는지 대기 순번이 엄청 길었다. 우리 순번은 50번째 이었는데 대기 순번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너무 오래 기다릴 것 같은 차 안에서 마트에서 산식으로 사 온 딸기를 먹으며 우리 순번이 오기를 기다렸다.
식당 입구는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1시간을 기다렸는데 밥을 먹는 시간은 15분도 체 걸리지 않았다, 배가 고파 허겁지겁 순대국밥을 먹고 다시 밭으로 돌아와 오전에 정리한 밭에 거름을 살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거름을 뿌리기 전에 먼저 밭에 흩어져 있는 돌멩이를 골라냈다,
우리 밭 옆에 오래전부터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는 채 사장님으로부터 리어카를 빌려 돌멩이를 치우고 우박 비료를 밭으로 옮겨 놓은 다음 삽을 이용하여 비료를 밭에 뿌렸다.
작업을 시작한 지 2시간이 지났을 때쯤, 힘에 부쳐 더 이상 일하기가 곤란해지기 시작했다. 숨까지 가빠졌다. 혹시 무리하게 몸을 써서 병이 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오늘 밭일은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보통 직장인은 지난주 금요일부터 토요일 사이에 사전투표를 하고 선거일인 오늘 여행이나 취미생활 등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데 나는 오늘 밭 일을 하는데 시간의 대부분을 썼다.
그렇지만 나는 정리된 밭에 만족한다. 산만하게 자란 머리를 깎은 뒤 느낀 상큼한 기분처럼 내 마음은 시원하고 개운했다. 이런 기분만으로도 행복하다. 꼭 철 따라 여행을 떠나고 랜드마크를 가보아야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자기 할 일을 끝냈을 때 그 기분은 여행에서 얻은 즐거움만큼이나 기분 좋은 일이다. 분명한 것은 할 일을 마쳤을 때 느끼는 만족감이 무의도식하며 보낸 시간보다 값지다.
장담컨대 우리 인간은 일 없이 노는 것보다 생산적인 활동에서 더 보람을 느낄 것이다. 인생 전체를 놓고 볼 때 생산적인 활동을 더 많이 하며 사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