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를 맞아 객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이 금요일 저녁에 집에 왔다. 때문에 못처럼 집에 온 아들을 위해 잡채, 치킨 등 음식을 만들고 아들과 함께 외식하는 아내가 활력이 넘쳐 보였다. 모성애가 발동한 것이다.
밤늦게 도착한 아들을 버스 승강장으로 데리러 마중 나가는 것에 아내가 귀찮아하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 보였다. 모성애 때문이다. 호랑이만큼 크고 힘센 아들을 꼭 데리러 가야 할까 라는 생각에 나는 아내와 동행하지 않았다.
내가 잠자는 사이에 아내는 아들을 승용차로 데려 온 것이다. 그 시각이 대략 저녁 11시경이었을 것이다.(정확하지는 않다. 나는 잠을 자고 있었기에). 아마 추측 건데 아내는 추운 날씨에 아들이 걸어서 집으로 오는 것을 용납 못했기에 마중 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아내는 아들이 다시 객지로 떠날 때도 버스 승강장에 바래다주었다. 이땐 나도 동행했다. 버스에 타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아내의 얼굴은 진지했다. 객지로 떠나는 아들이 걱정되어서일까. 아니면 앞으로 오랫동안 아들을 볼 수 없어 안타까워서일까. 둘 다일까? 이유가 뭐든, 아내는 고속버스가 출발한 뒤에서 버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번만이 아니다. 아들이 집에 올 때마다 이 같은 일이 매번 되풀이된다. 모성애는 시간이 지나도 식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릴 때나 지금처럼 황소 같은 모습일 때나 한결같이 모성애로 아들을 대한다.
우리 아버님과 어머님도 아내처럼 내가 결혼하고 가정 꾸리고 살아가면서 부모님을 뵙고 떠날 때면 시골 녹색 대문 밖까지 나와서 잘 가라고 나와 아내를 배웅해 주었다.
어두컴컴한 고향집 녹색 대문 앞에서 꾸부정한 모습으로 떠나는 우리를 지켜보던 팔순의 아버님과 어머님의 얼굴이 아직도 내 가슴에 아련히 남아 있다. 나이 50이 훌쩍 넘은 아들을 걱정하는 팔순의 부모님이 사랑이 담긴 눈으로 아들 가족과 아들이 몰고 가는 차를 보면서 "조심해서 운전해라." 항시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귀가에 들린다.
자식을 끔찍하게 사랑하셨던 아버님은 5년 전 하늘나라로 떠나셨고 어머님은 6년 동안 병석에 누워 계신다. 부모님 생각할 때면 나도 모르게 인생무상이란 말이 가슴에서 절로 뛰어나온다. 나는 아내가 아들을 사랑하는 행동을 옆에서 지켜볼 때면 자동적으로 떠오른 것이 아버님이 나에게 아낌없이 주었던 사랑이다.
'시아버지인 아버님'과 '며느리인 아내'가 닮은 구석은 거의 없다. 시아버지와 며느리는 가깝고도 너무 먼 관계이지만 그런데 딱 한 가지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식 사랑이다. 인간 사랑은 누가 시켜서 또는 누구에게 배워서 되는 게 아닌다. 자식 사랑은 천성이며 본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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