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퇴근해서 아내가 차려준 푸짐한 저녁을 먹고 그것도 부족해서 후식으로 소시지가 숨겨진 핫도그까지 먹었다. 아마 사무실에서 소진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먹성이 욕심을 부린 모양이다.
이처럼 음식을 절제하지 못하고 과식한 후에 글을 쓰는데, 집중력이 떨어져 한 문장도 쓰지 못하고 10여분 이상을 헤매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꼭 불청객이 나타난다. 이 불청객은 다름 아닌 글쓰기를 해방하는 악당이다.
이 악마는 당장 컴퓨터를 끄고 오늘 하루 글쓰기를 건너뛰라고 속삭였다. 악마의 유혹은 초코 라테처럼 달콤하고 스타벅스 로고의 주인공인 "세이렌(Siren)"처럼 매혹적이었다. 누구나 인간 본능을 자극하는 상황에서는 유혹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지금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 초점이 흐리고 졸려도 머리가 질끈 거리며 고통스러워도 악착같이 책상에 앉아 글을 쓰려고 갖은 용을 쓰고 있다. 그 이유는 나와이 약속(글쓰기)을 지키기 위해서다.
매일 같이 글감이 술술 떠올라 단박에 뚝딱 글이 써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가뭄에 콩 나듯 생각대로 써지는 날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런 날은 로또당첨만큼이나 억수로 재수 좋은 특별한 날이다. 글쓰기는 어제도 힘들었고 그제도 그랬다. 오늘도 여전히 버거운 일이다.
그렇지만 나는 매일같이 경험하는데, 그것은 시초(始初)에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그런데 10분이고 20분이고 자리를 뜨지 않고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글감(소재, 주재 등)이 떠오르고 마침내 글이 써지는 경험을 매번 반복하고 있다. 신기하지요. 저 역시 신기하다.
그런데 말입니다. 낮 시간에 힘들게 일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저녁 시간에 글을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퇴근하고 저녁 8시부터 10시 사이에 글을 쓰는데, 다른 시간대보다 이 시간에 글이 잘 써진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베스트 소설가 <스티븐 킹>도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꼭 그 시간, 그 장소에서 글을 쓴다고 한다. 나도 두 소설가처럼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글을 써야 글이 써진다. 내가 글 쓰는 장소가 우리 집 컴퓨터 방이고 그 시간은 앞에서 말했듯이 저녁 8시에서 10시 사이다.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신기한 힘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끈질기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또 생각한 끝에 마침내 글감을 찾아내어 창작물을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엉덩이가 납덩이처럼 무거워야 한다. 그래서 글은 엉덩이로 쓴다는 명언이 있다.
※ 스티븐 킹은 미국의 호러(공포), 초자연(supernatural fiction) 서스펜스 과학 및 환상소설의 소설가이다. 샤이닝, 왕좌의 게임, 엘리자베스 길버트, 졸 그린, 쇼생크 탈출, 유혹하는 글쓰기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그리고 많은 소설이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만화 등에 차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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