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으로부터 타고난 비상한 머리도 갈고닦지 않으면 평범해집니다.
머리는 쓰면 쓸 수로 좋아지지만, 방치하면 녹슨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 우리 숙부님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할아버지는 6형제를 두셨는데, 아버지는 6형제 중 장남이고 아버님보다 세 살 적은 바로 아랫 동생은(나에게는 숙부님) 머리가 비상했다고 한다.
아버님의 말씀에 따르면 숙부님은 어린 나이에 서당을 다녔는데, 얼마나 기억력이 좋았던지 한문으로 된 고서를 줄줄 외우셨다고 한다.
똑똑하신 숙부를 시기 질투한 친구들이 냇가에 빠트리는 등 괴롭혔다는데, 숙부님이 얼마나 공부를 잘했으면 이런 해코지를 당했을까.
그러나, 할아버지는 숙부의 재능을 몰랐든지, 아니면 숙부를 가르칠 경제적 여유가 없었던지, 숙부는 학교에 가지 못했다. 그로 인해 숙부의 타고난 좋은 머리를 써먹지 못했고 결국 사장되고 말았다.
내 생각에 만약 숙부가 정규학교에 다니면서 제대로 공부를 했다면, 6.25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에 사법고시를 패스하여 결국 판검사 정도는 해 먹었을 것이다.
과거(내가 고등학생 다닐 때쯤)에 숙부는 제삿날이나 명절 때, 큰집인 우리 집에 오셨는데, 한문으로 된 족보를 읽으시고 해석도 해주셨을 만큼 한자에 밝으셨다. 우리 식구들의 이름이 다 기록되어 있는 족보도 숙부님이 주관하여 제작하셨다.
숙부님은 결혼하여 1970년 후반쯤부터 시장에서 고무신부터 운동화, 털신, 슬리퍼, 장화 등 잡화를 파는 신발 가게를 하셨고, 제법 돈을 버셨다. 신발가게 해서 번 돈으로 고향에 논도 사고 그 도시에서 부동산도 구입했다.
그런데 1980년 중반쯤에 프로스펙스, 나이키 등 국내외 유명 블랜드 신발이 나오면서 숙부님의 신발가게는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돈벌이가 시원찮아지면서 사모은 부동산을 되파셨다.
그럼에도 숙부는 유명 블랜드 신발이 출현 한 그 이후에도 수년간 신발 가게를 정리하지 못하시고 장사를 계속하셨지만 끝내 가게를 접어야 했다. 숙부의 신발가게는 더 이상 나이키 등 유명브랜드와 경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숙부님은 트렌드가 바뀐 신발산업을 알아차리지 못하셨던 것이다.
내가 정말 숙부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숙부는 평생을 재래시장을 못 벗어났다는 것이다. 그 좋은 머리는 어디 갔단 말인가. 숙부는 결혼하고 분가하여 신발가게를 시작한 젊은 시절부터 팔순이 넘은 지금까지 한물간 재래시장을 떠나지 못하시고, 지금도 재래시장 입구에 위치한 반쪽짜리 날가빠진 이층 건물에 거주하고 있다.
숙부님의 그 좋았던 머리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평생 딱 하나의 직업인 신발 가게에 만족하는 삶을 사신 것이다. 싸구려 신발을 파는 재래시장의 조그만 가게가 뭐 그리 좋다고. 똑똑했던 숙부님의 머리가 평범해진 까닭은 복합적인였을 것이고 또한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술이 한 몫했을 것으로 짐작기 간다. 숙부님은 매일 막걸리를 달고 지내셨기에 하는 말이다.
인생에 만약이란 없겠지만은 할아버지가 숙부의 재능을 알아보고 학교에 보내셨다면, 아마도 집안에서 걸쭉한 인물을 배출했을 텐데, 설령 부모가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고 해도 숙부님이 스스로 배웠다면, 그 좋은 머리로 성공이 보장된 엘리트의 길로 갔었을 건데, 타고난 비상한 머리를 제대로 써먹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기억력 좋은 숙부는 신발가게에 붙잡혀 평생을 재래시장 귀퉁이에 술과 함께 그저 그런 인생을 산 것이다. 좋은 머리를 가지고 태어나면 뭐 합니까. 머리는 쓰지 않으면 녹슬고 헌것이 되어 결국 쓸모가 없어지는데
머리는 쓰라고 있는 것이지 장식용 같이 몸에 달고 다니는 귀금속이 아니다. 어디든 써먹어라 머리를, 그러면 두뇌가 좋아지고 아이큐가 높아져 인생이 잘 풀리고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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