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은 2018년 가을 어느 날부터 전문병원, 종합병원, 요양병원, 요양원 등으로 옮겨 다니시며 7년째 힘겹게 지내시고 계시다. 지금은 스스로 대소변도 해결 못하신다.
특히, 어머님은 음식을 목으로 넘기지 못해 관급식으로 영양분을 공급받고 있으시다. 관급식이란 콧구멍으로 고무관을 넣어 묽은 음식을 소화기관으로 흘려보내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설상가상으로 큰 병에 걸린 어머님은 피부병인 옴까지 걸리셨다.
오늘 아침에 요양원 원장이 거의 울다시피 하며 전화를 걸어왔다. 어머님의 옴이 직원들에게 옮겨 저서, 요양원을 운영하지 못할 지경이라며 어머님을 병원에 모시고 가서 옴치료를 받게 하시라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시계를 잠깐 2024년 12월 말로 되돌려보자.
2024년 12월 30일에 극심한 경련(털림)이 완쾌되어 병원에서 옴이 걸린 상태에서 퇴원하셨는데, 퇴원 당시 병원은 어머님이 옴에 걸린 것을 몰랐던 것이다.
병원에서 퇴원 이후 요양원에서는 옴에 걸린 어머님의 전신에 치료 연고를 발라 주는 등 어머님을 잘 돌보셨는데, 어머님의 옴이 어머님을 돌봐 준 요양 보호사에게 옮아간 것이다.
나는 원장님의 전화를 받고 정신이 없었다. 엠블란스가 어머님을 모 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병원은 이미 옴으로 진단받아 치료 중인 환자는 입원 환자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옴의 강한 전염성 때문에 모든 병원은 옴 환자의 입원을 무척 꺼린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요양원에서는 어머님의 피부병 옴이 완치되어야 입소가 가능하다고 하고, 병원은 옴에 걸린 환자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데, 그럼 우리 보호자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거동도 못하시고 스스로 대소변도 해결 못하시며 희미한 의식에 관급식으로 영양분을 공급받고 있는 어머님은 어디에서 옴 치료를 받는단 말인가. 우리 부부와 요양원 원장은 각자의 인적 네트워크를 총 동원해서 입원가능한 병원을 알아보았지만 허사였다. 어머님은 집 말고는 갈 곳이 없었다.
어머님을 집으로 모시고 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가 않았다. 집에서 누가 관급식, 대소변 수발, 목욕, 옴치료 등을 수행한단 말인가. 집에는 요양원처럼 어머님 같은 환자를 돌 볼 수 있는 시설이나 장비 등이 갖추어져 있지 않고, 요양보호사처럼 각자의 사정으로 가족 중에 어머님을 돌봐 줄 사람이 없다.
물론 방법이 없다면 자녀들이 돌 볼 수밖에 없겠지만, 그렇더라고 가족에게 버거운 일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희생해야 하는데, 선 듯 어머님을 돌보겠다고 자처하는 식구가 있을까. 모두 이런저런 이유와 말 못 할 상황 때문에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다. 설령 누가 희생하더라고 요양시설의 요양보호사보다 잘 돌볼 것이라는 보장도 또한 없다. 오히려 자녀들보다 그들이 어머님을 잘 볼 돌 수 있다. 그들에게는 어머님 같은 거동불편한 노인을 돌 본 경험과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병원 대기실 파란 의자에 앉아 있는데, 다행히 옴 환자는 어떤 병원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요양원 원장님이 소변줄을 해서 요양원으로 모셔오라는 전화가 왔다. 그래서 우리는 병원에 소변줄을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비뇨피부과 의사가 단칼에 거절하는 모습에 또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요양원 요양보호사들이 어머님의 대소변을 받아낼 때, 되도록이면 어머님과의 피부 접촉을 피하려고 소변줄을 부탁했는데, 이것마저 못해준다고 하니, 머리 꼭대기까지 열이 끌어 올라왔다. 주치의로 지정된 비뇨피부과 늙은 의사에게 사정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픈 사람 치료해 주는 의사 맞아!, 이런 경우가 어디 있나 싶었다. 병원은 옴 환자라는 이유로 입원치료를 거부하고, 옴 치료를 위한 소변 줄도 못해준다고 하니, 미치고 환장할 일이었다. 이런 황당한 경우를 직접 당해 보시라. "이런 개 같은 병원, 이런 의사같이 않은 의사가 있나." 쌍소리가 절로 나올 것이다.
아내와 나는 갑질하는 병원에 대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간호사에게 흥분한 어조로 이런 말을 하고 응급실을 나와 버렸다. "소변줄 안 해주면 어머님을 모시고 안 갑니다. 우린 갈 테니, 응급실에서 어머님을 알아서 하세요."
병원은 응급실에 있는 환자를 자기들 마음대로 퇴원 못 시키기에 이 처럼 응급실에 강하게 말한 것이다
응급실에서 나와 10여분 차 안에서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는데, 응급실 간호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응급실 의사가 보호자를 찾고 있다며 빨리 오시라고,
응급실에 가보니, 의사가 "미안하다." 며 " 소변줄을 해드리겠다."라고 우리 부부에게 사과를 했다. 급한 불을 끈 우리는 응급실에 음료수 한 박스를 건네주고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드리고 엠블런스로 어머님을 요양원으로 모시고 갔다.
저녁 7시쯤, 요양원 원장님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씩 착한 원장님은 "우리 요양원의 시설은 청결하고 또 청결을 위해 무지 힘쓰고 있다." 며 "어머님 잘 돌보와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너무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우리를 안심시켜 주셨다. 이곳 요양원에서는 어머님을 2년 넘게 잘 보살펴 주시고 있다는 사실에서 원장님의 이런 말씀은 진심으로 다가왔다.
원장님에게 감사의 표시로 옴에 걸린 직원들의 치료 연고비용은 우리가 부담하겠다는 인사를 드리고 그곳을 떠났다. 밖은 어두웠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한바탕 태풍이 지난 간 것처럼 흥분의 감정이 널뛰다가 제자리로 돌아온 날이었다.
이 불효자가 어머님을 위해 드릴 한 가지 기도가 있다면, 그것은 어머님이 고통 없이 평화롭게 지내시다가 편안히 좋은 곳으로 떠나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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