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남 주지 않는다. 보고서 작성법을 한 번 배워 놓으면 직장에서 기획력 높다는 칭찬을 받고 남들보다 승진도 빨리 할 수 있다.
20여 년 전의 일이다. 내가 직장 초년생 시절, 당시 함께 일했던 고위 간부의 이야기다. 이 간부를 A라고 하자.
나는 하급기관으로 발령받아 간부 A에게 첫 보고를 들어갔는데, 나의 능력을 테스트해 보려고 그분은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나는 보고하기 전에 동료로부터 A간부가 첫 대면 시 직원의 실력을 확인한다는 말을 듣고 미리 준비를 했기에 다행히 A가 묻는 말에 척척 답변을 했다.
A는 나의 능력검증에 만족하여 기분이 좋았던지 아니면 보유 주식이 상한가를 쳐서 그런지 알 수 없었지만, 나에 대한 테스트가 끝나자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들려주었다.
A가 예전에 본부에서 기획팀장으로 근무할 때, 직원들이 보고서를 가지고 오면 보지도 않고 퇴자를 놓았다고 한다. 그러면 직원이 보고서를 수정하여 다시 가져오면 이번에도 다시 수정해 오라고 지시하고,,, 이렇게 일곱 번쯤 수정 지시해 만든 보고서는 처음 가져온 보고서와 확연히 차이가 나게 만들어진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자랑스럽게 말해주었다.
지금 같으면 A는 꼰대취급을 받고 갑질 무능 상급자로 낙인찍혀 퇴출 1호일 텐데, 당시에는 이런 방법이 통했던 것이다. A 같은 갑질 상급자가 버젓이 능력자인양 활개 치는 암울한 시절이었다. A는 조직에서 하는 것 없이 직원 괴롭혀 자리 보전하는 악덕 상급자였던 것이다. 즉 그 당시 조직에서 사내 정치만 잘하면 일은 못해도 출세하는 A 같은 간부가 즐비했었다.(사내 정치로 출세하는 생존자가 아직도 바퀴벌레처럼 남아는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월이 흘려, 지금 내가 조직의 관리자가 되었다. 오늘 직원이 보고서를 가져왔는데, 보고서가 너무 엉성해서 이것저것 수정해 주었다. 수정뿐만 아니라 수정해야 하는 이유와 함께 보고서를 잘 만드는 방법까지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 직원은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이 직원의 표정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보고서를 통과시켜 주지 않고 귀찮게 이것저것 고치라고 하는 겨, 짜증 나게, "
나는 여러 해 동안 직원을 관리하고 있는데, 직원들에게 문서 작성하는 방법이나 보고서 만드는 요령 등을 가르쳐 주면 열에 아홉은 이 직원처럼 귀찮아하고 배우려 하지 않는다. 배우려는 직원은 가뭄에 콩 나듯 귀하다.
조직에서 가르쳐 주지 않고 수정해 줄 줄 모르는 무능한 A 같은 간부도 문제지만, 이 직원처럼 업무를 배우려는 자세와 태도가 없는 직원도 조직에 암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말이 너무 심하다고, 그렇지 않다. 본인도 손해고 조직도 손해인데 뭐가 심하단 말인가.)
그래서 공자는 배우려 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열정이 끓어오르지 않으면 가르치지 않고, 하나를 가르치는데 세 개를 깨우치려 하지 않으면 더 이상 가르치지 않는다." , 논어 술어 편에서 나오는 글이다.
나는 직원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은데, 그들이 배우려 하지 않는다면 나 역시 더 이상 알려주고 싶지 않다. 스트레스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공자의 이 말씀을 노란 포스트잇에 적어서 내 컴퓨터 모니터 밑에 붙여 놓고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보고서 만드는 방법을 배워 놓으면 수십 년간 써먹을 수 있고 직장에서 기획력 높다는 칭찬도 받고, 남들보다 승진도 빨리 할 수 있는데, 왜 배우려고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배우려 하지 않는 사람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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