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쯤 일이다. 시골 면소재지에 있는 짜장면 집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짜장면을 먹고 있다. 이 장면을 정확히 묘사하자면 이렇다. 아들은 짜장면을 먹고 있고 아버지는 짜장면을 먹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돈 없던 아버지는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켜 놓고 아들은 짜장면을 혼자 먹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는 들녘에서 농사일을 하신던 차림 그대로 헤어진 작업복과 흙 묻은 장화를 신고 짜장면 집에 오신 것이다. 허름한 자신의 모습에 개의치 않으신 아버지는 자신은 안 먹어도 짜장면 먹는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셨다. 그때 아들은 20대였다. 아들은 철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미련한 것인지, 이런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을 못했던지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35년의 세월이 흘러 그 기억이 내 뇌리에 확실히 남아 있다. 그 추억을 돌이켜 보면 내가 얼마나 미련했고 아버님에 대해 생각이 없었는지 내 자신이 이해가 안 가고, 죄송하고 부끄럽다.
아버지, 왜 짜장면을 안 드세요? 왜 짜장면을 한 그릇만 주문했어요?라고 물어볼 법도한데 그런 기억은 생각나지 않고 짜장면 먹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허름한 옷차림의 아버님만 기억이 난다.
아버님이 우리 곁을 떠난 신 지 3년의 세월이 또 흘러갔다.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기운이 남아있는 이른 봄에 저 세상으로 가신 것이다.
아버님은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집안의 장남으로 시골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80 평생을 소작농을 하시면 우리 4형제를 키우셨다
아버님은 힘든 농사일이 많았음에도 자식에게는 농사일을 시키지 않으셨다. 자식이 결혼하고 직장에 다녀도 자식에게 용돈 달라고 손 벌리는 일도 없었다. 가끔 시골에 내려가 아버님께 용돈을 드리면 아버님은 성화부터 내셨고 받으시지 않으셨다. 오히려 우리가 이사할 때마다 집들이 명목으로 1천만 원씩 주시던 분이시다. 자식을 자신보다 더 사랑하신 아버님, 자녀사랑이 각별했던 아버님이 생각나고 보고 싶다.
지금 내 나이가 짜장면 추억이 있었던 그때의 아버님 나이기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20대이다. 아버님의 무조건적인 그 사랑을 제 아이들에게 돌려줄 때가 온 것일까. 아버님에 비하면 제 자녀사랑이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아버님의 짜장면 사랑을 본받고 싶다.
5월 가족의 달을 맞아 우리 가족도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첫 가족여행이다. 가족여행으로 가족사랑을 나누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참이다. 아버님이 내게 주신 짜장면 사랑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사랑일지라도 아내와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는 남편, 아버지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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