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아침 출근길 마음이 급해졌다. 운전자의 급한 마음이 자동차에게 전달되어 운행 속도가 빨라진다. 내가 늦장 부린 탓이다. 출근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두른 운전자는 바로 아내다. 오늘은 아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쯤, 자동차 시동과 함께 켜진 라디오 음악이 귀에 들어왔다. 그런데 우리와 다르게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는 여유가 있었다. 그는 차분하게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음악과 시청자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출근을 서두르는 우리와 라디오 진행자가 사뭇 대조적이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답은 준비다.

 

 

라디오 진행자가 물 흐르듯 매끄럽게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은 방송작가가 미리 써준 진행 시나리오로 덕택일 것이다. 방송 송출에 앞서 노래 선정, 사연소개, 진행순서, 음향장비 등 방송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미리 점검하고 예행연습까지 했기에 방송 진행자는 마음의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런 준비 없이 방송을 한다면 아마 방송 진행에 애먹을 것이다. 방송 중간 중간 진행자 말이 엉킬 수도 있고 음악소개나 시청자 사연 안내에 두서가 없어 방송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영양가 없이 늘어진 방송시간은 방송국 운영에 치명적 위협 요소이다.

 

 

방송국에서 송출 시간은 생명과도 같다. 제한된 시간에 시청자에게 알려야 하고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방송을 끝마쳐야 하기에 진행자는 막힘없이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것이 방송 진행자의 중요한 의무이며 첫 번째 임무이다. 진행자 말을 유심히 들어 보아라. 말에 박힘이 없다.

 

   

비단 음악 라디오 프로그램만 준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생활 모든 면에서 준비가 필요하다. 각종 시험, 운동 경기, 행사준비, 프로젝트 발표회, 목사님 신부님 스님 설교 등 우리 일상 모든 분야에서 준비를 얼마나 했느냐가 성과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준비하지 않은 수험생이나 운동선수는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 준비 없는 목사님 설교는 신도에게 신앙심을 풀어 넣을 수 없으며 준비되지 않는 사업제안 설명서는 투자자에게 먹힐 리 없다. 비행시간표를 미리 체크하지 않은 여행자는 비행기를 놓칠 수 있다. 준비 없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은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인생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다르지 않다. 한국은 노인 빈곤율이 OECD회원국 중 가장 높은 국가다. 2018년 기준 한국의 노인인구 소득 빈곤율은 43.4%로 OECD 국가평균인 13.1%에 비해 3배 이상 높다고 한다.

 

 

노후에 빈곤층 43.4%에 속해 가난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 준비를 해 놓지 않으며 늙어서 자식이나 국가, 남에게 의지하는 비참한 노후를 보내야 한다. 준비운동 없이 물속에 들어갔다간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준비만이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