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잠을 설쳤다. 잠 못 이룰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며 또 다른 생각을 불러내고 있었다.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온갖 잡다한 생각에 파묻혀 허우적 댔다고나 할까.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막연히 이것저것 일상에 대한 걱정과 근심에 휩싸였다. 그렇다고 근심 걱정에 대한 명쾌한 결론이 나온 것도 없다. 부질없는 걱정을 하다가 잠을 설친 것이다.
잠 못 이루고 뒤척이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거실로 나왔다. 그 시각이 대략 새벽 1시, 식탁에 한두 시간 책을 보다가 다시 잠을 청했지만 곧바로 잠에 들지는 못했다. 또다시 뒤척이다가 어느 순간 잠들어 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6시 30분이 넘었다. 아내가 부시시한 얼굴로 잠에서 깨어나 불빛에 눈이 부셨던지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한 채 나를 보면 왜 늦잠을 잤나고 묻는 표정이다. 그렇다. 내가 오늘 늦잠을 잤다.
아내는 지난 해 12월 초, 코로나에 걸린 이후 계속 기침을 해낸다. 좀처럼 기침이 뚝 떨어지지 않고 있다. 기침과 함께 감기 기운도 계속 달고 산다. 옆에서 보고 있는 나까지 힘이 빠질 지경이다. 아내 감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잠자리를 따로 하고 있다. 아내는 작은 방, 나는 큰방에서 잔다.
아내는 이제도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먹어서 인지 나아졌다고 하더니만 오늘 아침에 일어난 모습이 완전히 환자다. 아마 병원에 다녀온 이후 주사와 약기운 때문에 잠시 몸이 괜찮게 느꼈던 모양이다.
늦잠을 잔 나는 빠르게 세수하고 밥 먹고 옷 챙겨 입고 속전속결로 출근을 했지만 아내는 침대에 다시 들어갔다. 아내는 오늘하루 또 환자 신세가 되어버렸다.
코로나 때문인지 아니면 평소에 건강관리를 안 해서 인지 분간할 수 없지만 아내의 현재 몸 상태는 빵점이다. 아내에게 몸 관리하라고, 운동하라고, 나이 들면 건강이 최고 중요하다고 말을 해주고 싶지만 꾹 참았다. 아내에게는 이런 내 말이 잔소리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이독경) 소귀에 경 읽는 꼴이 될 게 뻔하니까 참았다.
나이 들면 육체 건강과 정신 건강이 따로따로 구분되지 않는다. 정신이 망가지면 육체가 아파 오고 육체가 아프면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들어온다. 조심해야 한다. 100세 시대다. 건강하게 살아야 백세 시대가 축복이지 아프면 고통의 시간만 늘어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