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또 말썽이다. 지난 10월에 휴대폰이 작동하지 않아 메인보드를 교체했는데 이번에는 통신 연결이 됐다 안 됐다 해서 휴대폰을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다.
휴대폰이 건물 밖에서는 작동되는데 건물 안에서는 작동되지 않는다. 분명히 통신을 연결하는 안테나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토요일 오전에 열 일 제쳐 두고 A/S센터에 갔다. 안테나에 문제가 있을 거란 나의 말에 A/S센터 직원은 안테나를 교체해 보더만 안테나의 문제가 아니라며 메인보드를 교체해야 한다고 점검 결과를 말해 주었다.
나 참, 메인보드를 바꾼 지가 3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또 교체하라고!, AS센터 직원의 말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 지난해 10월, 메인보드를 교체하는 바람에 사진, 영상자료, 카톡 자료 등 데이터를 몽땅 날려 버린 가슴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
다행히 지난 10월과 지금의 휴대폰 고장 정도가 다르다. 지난번에는 휴대폰 화면이 켜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데이터를 옮기지 못한 채로 메인보드를 교체했기에 데이터가 모두 날아갔다. 메인보드를 교체하면 휴대폰이 초기화되기에 사용자가 생성한 휴대폰에 있는 데이터는 모두 없어진다.
하지만 지금은 장소에 따라 휴대폰이 작동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해서 우선 데이터를 다른 휴대폰으로 옮긴 다음에 메인보드를 교체할 수 있기에 지난 10월보다 상황이 좋은 편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일단 데이터 손실의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또 다른 걱정이 떠올랐다. 그 염려는 한 번 속지 두 번은 속지 말자는 것이다. 다시 메인보드를 교체한다고 고장이 안 나라는 보장이 없다. 다시 말해 메인보드 교체한다고 휴대폰이 잘 작동할 것이라는 믿음이 사라졌다. 그래서 이참에 새 휴대폰으로 교체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나보다 스마트폰에 밝은 아들에게 온라인으로 신형 핸드폰 구매를 부탁했는데 주문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폰이 집에 도착했다.
기존 핸드폰과 새 폰을 비교해 보았다. 두 폰은 외견상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지 새 폰이 기존 폰보다 메모리 용량과 성능이 나았고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다. 물론 어느 성능이 업그레이되고 어떤 기능이 추가되었는지 정확히 확인을 해보지 않았지만 최신 폰이고 가격이 비쌌기에 그렇게 생각했다. 오히려 화면 크기는 기존 핸드폰이 더 컸다.
나는 두 폰을 식탁에 놓고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과연 성능이 높고 기능이 추가 된 비싼 신형 폰이 나에게 필요한가? 기존 폰의 성능만으로도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는데 꼭 신형 폰으로 바꿔야 할까?
결론은 구태여 1백만원 하는 새 폰을 살 이유가 없었다. 고장 난 폰을 메인포드를 교체하면 사용이 가능하다는 직원의 말을 믿기로 했다.
처음 의사결정을 무조건 고수할 필요는 없다. 의사결정을 한 후 잘못된 의사결정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의사결정을 번복해야 한다.
이것이 심리학에서 일관성의 편향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일관성 편향이란 자존심이나 남의 이목, 권위 상실의 두려움 때문이라던가 또는 기존 사고에 포로가 되어 잘못된 의사결정을 유지하려는 인간의 심리를 말한다.
만약 내가 일관성이 없고 줏대 없는 아버지라는 인상을 아들에게 주기 싫어 새 폰 사는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던가 또는 새 폰을 사겠다는 기존 결정에 포로가 되었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었을까? 백만원짜리 불필요한 물건을 구매한 어리석은 소비자가 되었을 것이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때로는 잘못 판단할 수도 있고 엉뚱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잘못을 알았을 때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바로 잡으면 된다. 유연성이 부족하여 기존 사고의 포로가 될 수 있는 인간의 본능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게 현명하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